< 질서 너머 > (2)

윤필립 칼럼

< 질서 너머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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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분량이 방대하다. 무려 430페이지가 넘는다. 단순히 많은 정보나 지식이 있어서 쓴 글도, 그렇다고 쓸 수 있는 글도 아니다. 심리학자 같기도 하고, 철학자 같기도 하고. 책의 곳곳에서 경이로움을 느꼈다. 어떻게 이렇게 자세하고 깊이, 사람의 성장 과정, 심리의 변화를 풀어 설명할 수 있는지 놀랍다. 긴 세월 동안, 저자의 깊은 묵상과 연구, 공부한 것들의 압축본이라고나 할까. 그러니 그분의 머릿속에 있는 지식과 지혜의 말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AI 시대를 언급하는 이럴 때일수록, 도덕, 윤리, 가치, 철학 등의 본질로 돌아가 인간다움을 찾고 우리 자신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제7장에, < 최소한 한 가지 일에 최대한 파고들고, 그 결과를 지켜보라. >의 일부분을 소개한다.
석탄이 땅속 깊은 곳에서 강한 열과 압력을 받으면, 석탄을 구성하는 탄소 원자들이 치밀한 결정구조로 완벽하게 재배열되어 다이아몬드가 된다. 다이아몬드 형태의 탄소 결정체는 막강한 내구력을 갖게 되며 빛을 반사한다. 가치 있는 보석은 순수하고, 그 구성 요소들이 적절히 배열되어있고, 반짝거린다. 이 말은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사람이 빛이 난다고 할 때의 그 빛은 고도로 집중된 의식에서 발산되는 광채를 의미한다.

여럿으로 쪼개진 집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속담이 있다. 마찬가지로 허술하게 통합된 사람은 고난에 직면할 때 마음을 다잡지 못한다. 그는 가장 높은 차원의 심리적 통합성을 상실한 사람, 다양한 부분 인격의 균형과 조화가 깨져버려 온화함을 잃어버린 사람이다. 평정심을 잃은 사람은 내면에서 치고 올라오는 분노나 불안, 고통의 망령에 사로잡힌다. 분노를 지배하는 오래된 동기 체계가 걸음마 단계의 발달하는 인격을 밀어내고, 아이의 마음과 행동을 제 뜻대로 조종한다. 내적 통일성이 부족하면 고통이 증가하고 불안이 커지고 동기가 시들고 즐거움이 사라지며, 그 결과 우유부단해지고 뭐든 확신하지 못한다. 확실한 목표는 세계를 제한하고 단순화하여 불확실·불안·부끄러움을 줄여주고, 스트레스가 야기하는 소모적인 심리적 요인들을 경감한다. 허술하게 통합된 사람은 불안정하고 방향성이 없다. 이로 인해 무력감과 우울에 빠지면 허무감이 오랫동안 지속된다. 심리적 우울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과도하게 분비하면 우리 몸은 급속한 노화(체중 증가, 심혈관 질환, 당뇨병, 암, 알츠하이머병)를 겪게 된다. 잘 통합되지 않은 사람은 좌절이나 실패의 아주 작은 낌새에도 과잉 반응한다. 심지어 자기 자신과도 타협하지 못하는데, 잠재적인 미래를 논의할 때의 불안함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나를 선택하지 못하기 때문에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그로 인해 즐겁지 않다. 아주 작은 반대에 부딪혀도 가던 길을 멈춘다.

목표를 세우고 겨냥하라. 이 모든 것이 성숙하기 위한 훈련의 일부이자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위한 일이다. 목표가 없으면 모든 것에 끌리고 흔들린다. 목표가 없으면 갈 곳이 없고, 할 일이 없으며, 인생에 가치 있는 것이 없다. 가치는 선택지에 위계를 매기고, 낮은 것을 희생하고 높은 것을 바라볼 때 생겨난다. 많은 책임을 지는 것이 지속적인 가치를 지닌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중에서도 자신의 인격·사랑·가족·우정, 책임이 중요하다. 어느 영역에서라도 정원을 가꿔 보살필 줄 모르거나 그럴 뜻이 없는 사람은 그로 인해 반드시 고통을 받는다. 무엇인가에 전념하려면 살을 내주는 아픔을 참아야 한다. 대부분의 실패는 결의의 부족, 겉만 번지르르한 의미 없는 합리화, 책임 거부에서 비롯된다. 직업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은 대개 닻을 내리지 못하고 표류한다. 한 방향을 선택하지 않는 사람은 길을 잃어버린다. 모든 것으로 남으려다 아무것도 되지 못하느니 실제로 어떤 것이 되는 편이 훨씬 낫다. 냉소적인 사람은 이 세상에 나쁜 결정이 넘친다고 한탄한다. 하지만 냉소를 초월한 사람은 최악의 결정은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이라도 반론한다.

한 가지에 집중하는 훈련은 어렸을 때 시작된다. 이른 나이부터 아이는 기초적인 생존 본능에 해당하는 여러 감정과 동기들을 자발적으로 질서 있게 배치해, 타인과 함께할 협동과 경쟁의 전략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정상적으로 자란 아이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고, 심리적으로 건강한 방식으로 이 일을 해나간다. 자발적인 자기 조직화를 본능이 방해할 때, 부모가 문제를 해결해 주거나 스스로 해결하는 법을 가르친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사회에 합류할 준비가 된다. 이 일은 4세 즈음이 일어나며, 그 시기가 지나면 영영 일어나지 않는다. 4세 아이는 자기 조직화 능력을 충분히 길러 또래들에게 바람직한 친구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그 나이가 되도록 자기 성질대로 짜증을 부리는 아이는 평생 바람직한 친구 관계를 맺기 힘들다. 적절한 훈련을 받은 아이는 또래 친구를 만나면서 더 심도 있는 자아 통합 과정을 겪는다.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게임을 하면서 자기 자신을 훈련한다. 더 높은 차원에서, 개인성의 발달이 훨씬 정확한 표현이다. 수많은 부모가 대체로 훈련을 시키면 아이가 망가질거라고 특히 창의성을 저해할 거라도 두려워하지만, 적절한 규율은 아이를 파괴하는게 아니라 조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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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필립  |  필리핀 중앙교회 담임목사, 아브라함 신학교 총장 

              저서 : ‘그들에게는 예수의 심장이 뛰고 있다', ‘하나님의 지팡이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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