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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의 세계 (2) - 유발 하라리

관리자 0 237 04.21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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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경찰

Soap Police 

 

사람들에게 사생활과 건강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사실 이 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잘못된 선택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생활과 건강을 둘 다 누릴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건강을 보호하고 전체주의적 감시 체제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힘을 실어줌으로써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을 막을 수 있다. 최근 몇 주 동안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을 막기 위해 가장 성공적인 노력을 한 나라는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이다. 이들 국가도 추적 앱을 어느 정도 사용했지만, 보다 중요하게는 광범위한 테스트와 투명한 정보 공개 그리고 똑똑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있었다. 

 

중앙집중식 감시와 가혹한 처벌만이 사람들이 지침을 따르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사람들이 과학적인 사실들을 들을 때, 그리고 사람들이 공권력을 믿고 이런 사실들을 말할 때, 시민들은 그들의 어깨 너머로 지켜보는 '빅 브라더' 없이도 옳은 일을 할 수 있다. 자기 동기부여를 하고 정보력 있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감시 받는 무지한 사람들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비누로 손을 씻는 것을 생각해보자. 이것은 인간의 위생에 있어 가장 위대한 발전 중 하나다. 이 간단한 행동은 매년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한다. 우리가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과학자들이 비누로 손을 씻는 것의 중요성을 발견한 것은 19세기 들어서였다. 이전에는 의사와 간호사조차 손을 씻지 않고 한 수술에서 다른 수술로 옮겨갔다. 오늘날 수십억 명이 매일 손을 씻는다. 이는 비누경찰이 들이닥칠까봐 두려워서 하는 행동이 아니다. 당연한 팩트를 알고 있기 때문에 손을 씻는 것이다. 내가 손을 비누로 씻는 이유는 바이러스와 세균이 존재함을 알고 있고, 이 미생물들이 병을 일으킨다는 것을 알고 있고, 또 비누가 이를 제거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수준의 준수와 협력을 이루기 위해서는 '신뢰'가 필요하다. 사람들은 과학을 믿고, 공권력을 믿고, 언론을 믿어야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무책임한 정치인들은 의도적으로 과학, 공권력, 언론 등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다. 지금 이처럼 무책임한 정치인들은 권위주의로 가는 길을 찾기 위한 유혹을 받을지도 모른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옳은 일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수년 동안 악화된 신뢰는 하루 아침에 회복될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평범한 시간이 아니다. 위기의 순간에는 사람들의 생각 또한 빠르게 변할 수 있다. 형제자매간에 심한 말다툼을 하고 소원하게 지내왔더라도, 일단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다시금 신뢰와 우정을 발견하면서 서로를 도우려고 한다. 감시 체제를 구축하는 대신 과학과 공권력, 언론 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다시 쌓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분명히 새로운 기술도 활용해야 하지만 이 기술들은 시민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나는 내 체온과 혈압을 재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그 데이터가 강력한 정부를 만드는 데 사용돼서는 안 된다. 그 자료는 내가 좀 더 정보에 입각한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하루 24시간 동안 자신의 의학적 상태를 추적할 수 있다면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건강상의 위험이 되었는지뿐만 아니라 어떤 습관이 내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만약 내가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에 대한 믿을 만한 통계를 접근하고 분석할 수 있다면, 나는 정부가 나에게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그리고 정부가 전염병과 싸우기 위해 올바른 정책을 채택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감시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이러한 감시 기술은 정부뿐만 아니라 개인들이 정부를 감시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따라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시민권과 관련한 중요한 시험이다. 앞으로 우리 각자는 근거 없는 음모론과 자기 잇속만 차리려는 정치인이 아니라 과학적 자료와 의료 전문가를 신뢰하는 쪽을 택해야 한다. 만약 우리가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면서 우리의 가장 소중한 자유를 포기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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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연대의 필요성

We need a global plan


우리가 직면하는 두 번째 중요한 선택은 '국수주의적 고립'과 '세계적 연대' 사이에 있다. 전염병 그 자체와 그에 따른 경제 위기는 모두 세계적인 문제다. 그것은 오직 글로벌한 협력을 통해서만 효과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바이러스를 물리치기 위해서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정보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인간이 바이러스에 비해 가질 수 있는 큰 장점이다. 중국의 코로나바이러스와 미국의 코로나바이러스는 인간을 감염시키는 방법에 대해 정보를 교환할 수 없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에게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많은 귀중한 교훈과 대처법을 가르쳐 줄 수 있다. 이른 아침에 이탈리아 의사가 밀라노에서 발견한 사실은 저녁 무렵이면 테헤란에서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 정부가 여러 정책 사이에서 망설일 때 이미 한 달 전에 비슷한 딜레마에 봉착했던 한국인들로부터 조언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일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협력과 신뢰의 정신이 필요하다.


각국은 공공연히 정보를 공유하고 겸허하게 조언을 구해야 하며 그들이 받는 자료와 통찰력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또한 진단 키트와 인공호흡기 같은 의료 장비를 생산하고 보급하기 위해 세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국가들이 의료 장비를 사재기하고 자국에서만 비축하려 하는 대신에 세계 각국이 공동으로 노력한다면 의료장비 생산을 더 가속화하고 이것이 더 공평하게 분배될 수 있을 것이다. 


전쟁 중에 국가들이 주요 산업을 국유화하듯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인류의 전쟁은 우리에게 중요한 생산라인을 

'인류화'하도록 요구할지도 모른다. 확진자 수가 적은 부유한 국가는 확진자 수가 많은 빈국에게 물자를 지원할 수 있어야 하며, 추후 비슷한 일이 자국에서 발생했을 때 다른 국가들이 도울거라는 믿음이 만들어져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의료인력을 글로벌 차원에서 풀링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 피해가 적은 국가는 자국의 의료진을 가장 심한 피해를 입은 국가에 파견하면서 사람들을 구하고 또 귀중한 경험/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전선에서도 글로벌 협력은 필수적이다. 세계경제와 공급사슬의 글로벌 성격으로 인해 국가들이 자기만 살자고 다른 국가를 고려하지 않고 행동한다면 더욱 큰 혼란과 더욱 큰 위기로 이어질 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급한 글로벌 플랜이다.  


또한 우리는 여행에 관한 글로벌협약이 필요하다.. 몇 달 동안 모든 해외 여행을 중단하는 것은 엄청난 어려움을 일으킬 것이고,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쟁을 방해할 것이다. 국가들은 과학자, 의사, 언론인, 정치인, 사업가 등 필수 여행자들이 국경을 계속 넘도록 협력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출국 전에 여행자를 사전에 모니터링하는 방식으로 세계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신중하게 선별된 여행자만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다고 신뢰한다면, 당신은 그 여행자들을 당신의 나라로 기꺼이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세계 각국은 이런 일을 거의 하지 않는다. 집단적 마비가 국제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진지한 책임자가 보이지 않는다. 이미 몇 주 전에 공동의 행동 계획을 마련하기 위한 세계 지도자들의 긴급 회의를 예상했다. 그러나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최근 겨우 화상회의만 했고, 아무런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14년 에볼라 전염병과 같은 이전의 글로벌 위기에서 미국은 글로벌 리더의 역할을 했다. 

그러나 현재의 미국 행정부는 지도자의 직무를 포기했다. 그것은 인류의 미래보다 미국의 위대함에 대해서만 훨씬 더 신경을 쓴다는 것을 매우 분명하게 했다. 


미국 정부는 심지어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도 버렸다. 유럽연합(EU) 국가에서 미국으로 오는 여행을 금지했을 때 그 과감한 조치에 대해 EU와 협의하는 것은 고사하고 사전 통지도 하지 않을 만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미국은 새로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독점권을 얻기 위해 독일 제약회사에 10억달러를 제시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따라서 현재 행정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고 글로벌 플랜을 위한 행동을 취한다고 해도 이를 따를 국가들이 몇개 없다. 사람들은 무책임하고, 잘못을 결코 인정하지 않으며, 모두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리더를 따르길 원하지 않는다. 


만약 미국이 남긴 공백을 다른 나라들이 메우지 못한다면 현재의 전염병을 막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것의 유산은 앞으로 몇 년 동안 국제관계를 계속 악화시킬 것이다. 그러나 모든 위기는 또한 기회다. 우리는 현재의 전염병이 지구촌의 분열로 야기되는 심각한 위험을 인류가 깨닫는 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해야 한다. 


인류는 선택을 해야 한다. 우리는 분열의 길을 걸을 것인가, 아니면 글로벌 연대의 길을 택할 것인가. 만약 우리가 분열을 선택한다면 이것은 위기를 연장시킬 뿐만 아니라 아마도 미래에 더 심각한 재앙을 초래할 것이다. 만약 우리가 세계적인 연대를 선택한다면 그것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승리일 뿐만 아니라, 21세기에 인류를 공격할지도 모르는 모든 미래의 전염병과 위기들에 대한 승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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