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휘발유? 넣으나 마나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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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휘발유? 넣으나 마나에유~!

프리미엄 휘발유? 넣으나 마나에유~!

 

년 전, 캘리포니아의 레귤러 개솔린 값이 갤런당 5불 가까이 치솟았던 적이 있었다. 차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탱크를 가득 채우면 60~80불 어치가 들어갔다.

 

얼마 후 개스값이 3불대로 떨어지자, 한 지인이 “이럴 때 한번씩 좋은 거 먹여 줘야지~” 하며 갤런당 20~30센트 정도가 비싼 프리미엄(91) 개솔린을 넣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얼마전까지 $4.399에 레귤러를 넣다가 $3.699에 프리미엄을 넣을 수 있다니, 마치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에 득템을 한 것과 같은 기분이었을까?

 

그땐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갑자기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프리미엄 개솔린을 넣으면 정말 차에 좋은 걸까? 87, 89, 91은 무슨 뜻일까?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정말 비싼 게 뭐라도 더 좋은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돈 낭비다.

남가주 AAA(미국자동차서비스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전국의 운전자중 1,650만명이 한달에 한 번 이상 프리미엄급 개솔린을 주유했다고 한다. 비용으로 치면 21억 달러(한화로 약 2조 5천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AAA는 이를 두고 ‘낭비’라고 규정했다. 일반 자동차에 프리미엄 개솔린을 넣어봐야 출력향상이나 연비절감 등의 효과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87, 89, 91은 무슨 뜻일까?

주유기에는 보통 세 개의 버튼이 있으며, 각각의 버튼에는 Regular, Plus, Premium이라는 글씨가 씌어 있다. 또 이와 함께 87, 89, 91 이라는 숫자도 표시되어 있다. (주 또는 국가마다 다를 수 있음) 이 숫자를 가리켜 옥탄가(Octane Number or Octane Rating)라고 부른다.

 

옥탄 또는 옥테인(Octane)이란 개솔린에 들어있는 탄화수소의 이름이고 87, 89, 91 이라는 숫자는 옥테인이 함유된 정도라고 설명할 수 있다.

 

개솔린에 옥테인이 많고 적음에 따라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자동차 엔진의 원리와 아이소옥테인(Isooctane), 노멀 헵테인(n-Heptane)등의 낯선 화학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가 그런 것들까지 알 필요는 전혀 없다.

 

아주 간단하게 설명해서 옥테인은 엔진 속에서 개솔린이 늦게 폭발하게 해준다. 질이 낮은 개솔린(옥테인이 적은)은 원래 폭발해야 할 타이밍보다 빨리 폭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엔진에 낙킹(Knocking)현상 이라는 것이 발생하고 이는 듣기 싫은 소음을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엔진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 그래서 옥테인 농도가 높은 개솔린이 좋은 개솔린이다.

 

하지만, 원유에서 추출한 개솔린의 조성은 거의 일정하기 때문에 옥테인 농도를 인위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기술적, 경제적 어려움이 따른다. 그래서 더 비싸다. (정유사마다 비밀인 첨가제때문이기도 하지만...)

 

낙킹을 일으키는 노멀 헵테인 9%이고, 낙킹을 방지해 주는 아이소옥테인(Isooctane)이 91%면 그게 바로 91번 프리미엄 개솔린이다. (93, 95, 100이상도 있으며, 측정 방식에 따라 수치가 다를 수도 있다.)

비싼 밥 먹여봐야 아무 소용없다.

 

옥탄가가 높은 개솔린은 점화 시점을 안정시켜 피스톤을 효율적으로 밀어내어 강력한 출력을 구현해 낼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우리가 타는 일반 자동차에는 91번 프리미엄을 넣어봐야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자동차는 87번 레귤러 개솔린의 옥탄가에 맞게 설계되어 있고, 그 조건에서도 낙킹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미 충분한 기술 발전이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포드를 포함한 주요 자동차 제조사에서도 고급 휘발유 주유가 큰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에 동의했다.

 

‘비싼 것을 넣으면 뭐라도 더 낫겠지~’라는 심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 ‘레귤러, 플러스, 프리미엄’ 이런 단어를 사용해온 정유사의 상술에 속은 것이다. 한 달에 한 번씩 고급 휘발유를 사 먹임(?)으로써 차에 대한 애정을 표현해 오신 분이 있다면 이제 다른 방식을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

비싼 밥을 먹여야만 하는 자동차도 있다

터보 엔진 등이 장착된 일부 자동차의 경우, 제조사에서 프리미엄급 개솔린을 사용할 것을 권장(Recommended)하거나 요구(Requirement)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이 고성능의 스포츠카지만 자신의 승용차에 어떤 개솔린을 넣어야 하는지, 반드시 사용자 매뉴얼을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일부 고급 차량의 경우 주유구 뚜껑(cap)을 열어봐도 확인할 수가 있는데, 이런 자동차들에 레귤러 개솔린을 오랫동안 넣으면 낙킹 현상이 일어날 수 있고, 엔진 성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

 

하지만, 고성능 자동차라 하더라도 최근에 개발된 엔진들은 옥탄가에 맞도록 엔진을 제어하는 낙킹 센서가 장착되어 있어서 굳이 프리미엄 개솔린을 주유할 필요가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제조사의 매뉴얼을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다.

 

프리미엄 개솔린을 주유해야만 하는 자동차 (2017, 2016 모델 기준) 485대의 리스트를 가주교육신문 홈페이지에 올려 놓았다. 궁금하신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란다.

 

가주교육신문 127호 A14 페이지 이슈&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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