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해외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이 있는 로스앤젤레스(LA) 북쪽 소도시 글렌데일에서 5일, LA주재 일본 총영사인 아키라 무토의 망언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글렌데일 전 시장인 프랭크 퀸테로 시의원은, 올해 부임한 아키라 일본 총영사가 최근 글렌데일 시의원들에게 "여기서 내 유일한 임무는 소녀상을 철거하는 것"이라고 압박을 가했다고 폭로했다. 퀸테로 시의원은 최근 노스리지대학에서 열린 위안부 다큐멘터리 영화 '주전장'(主戰場) 상영회 이후 질의응답에서 "총영사는 그 상징물(소녀상)을 없애는 것만 얘기하고 싶어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해외 최초의 소녀상이 세워진지 6년이 지났고, 캘리포니아 교육부가 위안부 문제를 고등학교 교과과정에 포함하는 등 전 세계가 여성 인권을 수호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이 시점에서 일본의 아베 정권만이 시대착오적인 망발을 하고 있다면서  "아베 정권은 반여성, 반인권 정권"이라고 규탄했다. 

위안부 문제의 배상과 교육을 위해 힘쓰는 단체인 위안부행동(CARE)의 김현정 대표는 "최근 소녀상 훼손 사건도 있었고, 소녀상 철거가 자신의 유일한 임무라는 일본 총영사의 망언으로 소녀상을 지지하는 한인 커뮤니티와 할머니들의 마음이 너무 상했다"고 말하며 "소녀상을 철거할 수 있다고 믿는 일본 정부의 생각이 틀렸음을 보여줘야 한다. 커뮤니티 차원에서 건립한 소녀상을 철거하겠다는 일본의 착각을 바로 잡아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소녀상을 철거하고 막대한 투자 약속을 할 수도 있다"면서 "일본 정부의 움직임은 항상 어두운 곳, 닫힌 문 뒤에서, 테이블 아래서 은밀하게 이뤄졌다"라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위안부는 세계 여성 인권 이슈로서 미국인도 미국인의 이슈로 받아들이길 바란다"면서 "이것이 공공부지에 소녀상을 세울 수 있었던 이유이다. 미국에서 한일 간 싸움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건 바로 일본이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녀상을 건립하고 지켜준 글렌데일 시의회는 굳건하다. 한인 커뮤니티가 이에 감사를 전한다. 감시 카메라를 달아줘서 소녀상 훼손 범인도 잡을 수 있었다"고 글렌데일시에 감사를 표시했다. 글렌데일 시는 소녀상 얼굴에 낙서와 오물 투척 등 훼손 사건이 빈발한 이후, 소녀상 바로 뒤 어덜트 레크리에이션 센터 벽에 고성능 CC(폐쇄회로)TV를 설치했다. 그 덕분에 범인을 잡았고 이제는 24시간 감시카메라로 보호받고 있다.

인권과 배상을 위한 일본(NCRR) 전 공동의장 캐시 마사오카 역시 "모든 위안부 할머니와 커뮤니티가 이 소녀상을 상징한다"면서 "일본 정부와 총영사는 이런 커뮤니티의 연대를 모를 것이다. 아르메니아계, 라티노, 흑인, 한인, 일본인까지 함께하는 연대의 힘을 알지 못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