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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의 세계 (1) - 유발 하라리

관리자 0 73 04.21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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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호모데우스> 등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작가 유발 하라리(44) 예루살렘히브리대 교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대응에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을 꼽았다. 그는 이들 국가는 광범위한 테스트, 투명한 정보 공개, 정보력 있는 시민들의 참여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이 같은 생각을 전한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이스라엘 등이 감시 체제를 강화하고 있는 현상을 우려했다. 정부가 개인의 생체 정보까지 통제하는 '빅브라더' 사회의 출현을 경고한 것이다. 하라리 교수는 "중국은 스마트폰과 안면인식 카메라 등으로 개인을 밀착 감시하고 있다"며 "코로나바이러스 이후의 세계는 전염병 확산을 막는다는 명분하에 정부의 감시 체계가 정당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이 비누로 손을 씻는 것은 '비누 경찰'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과학적 사실을 깨닫고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라리 교수는 "과학과 공권력(정부), 언론 등이 신뢰를 쌓으면 시민 사회가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글로벌 정보 공유, 의료장비 생산 협력, 경제적 교류 등을 주문했다. 그는 "전쟁 중에 국가들이 주요 산업을 국유화하듯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인류의 전쟁은 우리에게 중요한 생산라인을 '인류화'하도록 요구할지도 모른다"고 썼다. 

 

하라리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에 대해서는 "2008년 금융위기나 2014년 에볼라 발병 때와는 달리 글로벌 지도자의 직무를 포기했다"며 "가장 가까운 동맹국(유럽 국가)마저 버렸다"고 비판했다.

 

유발 하라리 교수의 기고문 내용을 2회로 나누어 소개한다. 다소 길지만 끝까지 읽어볼 것을 권한다.

 

The world after coronavirus

 

인류는 지금 세계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아마도 우리 세대의 가장 큰 위기일 것이다. 앞으로 몇 주 동안 사람들과 정부가 하는 결정은 아마도 앞으로 몇 년 동안의 세계를 형성할 것이다. 그것들은 단순히 우리의 헬스케어(보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넘어 우리의 경제, 정치, 문화를 만들어갈 것이다. 우리는 신속하고 결단력 있게 행동해야 한다. 우리는 또 우리의 행동에 따른 장기적 결과를 고려해야 한다. 무엇인가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 우리는 '당면한 위협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뿐만 아니라 '일단 폭풍이 지나가면 어떤 세계에 살 것인가'를 자문해봐야 한다. 그렇다. 폭풍이 지나가고 인류는 살아남을 것이고, 우리들 대부분은 여전히 살아있을 것이지만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세계에 살게 될 것이다. 

 

많은 단기 비상 대책들은 우리 삶에 고착화될 것이다. 그것이 비상사태의 본질이다. 이것은 역사적 과정을 가속화한다.  평소에는 몇 년의 숙고가 필요할 수도 있는 결정이 몇 시간 안에 통과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위험이 더 크기 때문에 미성숙하고 심지어 위험한 기술도 이용할 수 있다. 모든 국가는 대규모 실험 대상이 된다. 모든 사람들이 집에서 일하고 원격으로 의사소통을 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날까. 모든 학교가 온라인 수업만 하면 어떻게 될까. 정상적인 시기에는 정부, 기업, 교육위원회가 그런 실험을 하는 것에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평범한 시기가 아니다.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중요한 두 가지 선택을 마주하게 된다. 첫째는 '전체주의적 감시'와 '시민의 권한' 사이의 문제다. 두 번째는 '국수주의적 고립'과 '글로벌 연대' 사이의 문제다. 

 


밀착감시 

Under-the-skin surveill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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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을 막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특정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 이것을 달성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한 가지는 정부가 사람들을 감시하고, 규칙을 어긴 사람들을 처벌하는 것이다. 오늘날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기술은 모든 사람을 항상 감시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50년 전만 해도 러시아 KGB는 2억4000만명에 이르는 옛 소련 사람들을 24시간 감시할 수도 없었고, 수집된 모든 정보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도 없었다. KGB는 요원들과 분석가들에게 의존했고, 모든 사람들을 추적할 만큼 요원을 배치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정부가 인간 스파이 대신 '유비쿼터스 센서'와 강력한 알고리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투에서 몇몇 정부는 이미 새로운 감시 도구를 배치했다. 가장 주목되는 사례는 중국이다. 사람들의 스마트폰을 면밀히 감시하고, 수억 대의 안면인식 카메라를 사용하고, 사람들에게 체온과 의료 상태를 확인하고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를 통해 중국 당국은 의심되는 코로나바이러스 보균자를 신속하게 식별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었다. 다양한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은 시민들이 감염자에게 접근하지 않도록 경고해줬다.

 

이런 종류의 기술은 동아시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최근 이스라엘 보안국에 테러리스트들과 싸울 때 쓰는 감시 기술을 활용해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를 추적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관련 국회 소위원회가 이 조치의 승인을 거부하자 네타냐후는 '긴급조치명령'으로 이를 통과시켰다.

 

당신은 이 모든 것에 대해 새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정부와 기업들은 사람들을 추적하고, 감시하고, 조종하기 위해 훨씬 더 정교한 기술을 사용해왔다. 그러나 우리가 조심하지 않는다면 최근의 사태는 감시의 역사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그동안 감시 기술 사용을 거부해온 국가에서도 대량 감시 도구를 일상적으로 쓸 수 있다는 우려를 낳을 뿐만 아니라 '근접(over the skin) 감시'에서 '밀착(under the skin) 감시'로 급속히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당신의 손가락이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하고 링크를 클릭했을 때, 정부는 당신이 정확히 무엇을 클릭했는지 알고 싶어했다. 그러나 이제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관심의 초점이 바뀐다. 정부는 손가락의 온도와 피부 아래의 혈압도 알고 싶어한다.

 

비상 푸딩령  

The emergency pudding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 중 하나는 우리가 어떻게 감시당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몇 년 동안 무엇을 가져올지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감시 기술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10년 전 공상과학 소설처럼 보였던 것이 오늘날에는 낡은 아이디어가 되고 있다. 모든 시민에게 24시간 체온과 심박수를 재는 생체 인식 팔찌를 착용하도록 요구하는 가상의 정부를 생각해 보자. 데이터는 정부 알고리즘에 의해 저장되고 분석된다. 알고리즘은 당신이 알아차리기 전에 당신이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그들은 또한 당신이 어디에 있었는지, 당신이 누구를 만났는지도 알게 될 것이다. 감염 경로를 빠르게 차단할 수도 있다. 그러한 시스템은 틀림없이 수일 내에 전염병을 멈출 수 있을 것이다. 멋지지 않은가.

 

물론 단점은 이것이 무시무시한 새로운 감시 시스템에 합법성을 부여할 것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CNN' 링크보다는 '폭스뉴스' 링크를 더 클릭했다는 것을 안다면, 그것은 내 정치적 견해와 어쩌면 내 성격까지도 알려줄 수 있다. 특정 영상을 보면서 내 체온, 혈압, 심박수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할 수 있다면 무엇이 나를 웃게 하고 무엇이 나를 울게 하는지, 무엇이 나를 정말로 화나게 하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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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와 기쁨, 권태와 사랑은 열과 기침과 마찬가지로 생물학적 현상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기침을 확인하는 기술로 웃음을 식별할 수 있다. 기업과 정부가 우리의 생체 정보를 일괄적으로 수집하기 시작하면 그들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우리를 훨씬 더 잘 알 수 있고, 그들은 우리의 감정을 예측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의 감정을 조작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팔 수도 있다. 제품이든, 정치든 말이다. 이런 생체정보를 이용한 모니터링은 캠브리지 애널리티카(SNS 데이터를 대량으로 수집하여 여론조작을 일삼은 업체)의 데이터 해킹 전술을 석기시대 것처럼 보이게 할 것이다. 모든 시민이 24시간 생체 인식 팔찌를 착용해야 하는 2030년의 북한을 상상해 보자. 만약 당신이 위대한 지도자의 연설을 듣고 있는데 팔찌가 당신이 분노하고 있다는 징후를 포착한다면, 당신은 끝장이다. 


물론 당신은 비상사태 동안에만 임시 조치로서 생체 감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일단 비상사태가 끝나면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새로운 비상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임시 조치는 영구적으로 비상사태를 방지하려는 고약한 습관을 가질 것이다. 예를 들어 나의 고국인 이스라엘은 1948년 독립전쟁 기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는데, 이것은 언론 검열과 토지 몰수에서부터 푸딩을 만드는 특별 규정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임시 조치를 정당화했다. 독립전쟁은 오래 전에 끝났지만 이스라엘은 결코 비상사태 중단을 선언하지 않았고, 1948년의 '임시 조치' 중 많은 것이 그대로 남았다. (그 '비상 푸딩령'은 2011년에서야 자비롭게 폐지됐다.) 


심지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제로(0)로 내려갈 때도 데이터에 굶주린 일부 정부들은 바이러스의 제2 확산이 두렵거나, 중앙아프리카에서 진화하는 새로운 에볼라 변종이 있기 때문에 생체 감시 시스템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당신은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우리의 사생활을 둘러싼 큰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위기가 전투의 정점이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사생활과 건강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할 때 보통 건강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 다음 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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