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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의 시대 -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관리자 0 112 03.20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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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운 멍들게 한 헛소문 ‘37분’만에 퍼졌다.’

 

최근 한 일간지의 1면 헤드라인을 장식한 문장이다. 미국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LA한인사회를 들썩이게 했던 이른바  '대한항공 승무원 가짜 뉴스'라 불린 루머의 제작 및 유포, 확산과정 그리고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한인업소 등을 취재한 기사의 제목이었다.

 

우리말 사전은 유언비어(流言蜚語)를 '아무 근거없이 널리 퍼진 소문'라고 정의하고 있다. 유언비어는 널리 퍼진 근거가 불확실한 말이며, 그 특성은 전달 범위가 넓고, 비어(蜚語)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남을 헐뜯는 말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어 의식적으로 특정 대상에 대한 부정적인 얘기를 조작했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루머와 유언비어는 같은 의미로 생각할 수 있다.

 

'루머'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적어도 한 번 이상은 본인이 의식을 했든 안 했든 루머를 퍼트리는 데 일조했을 것이고, 루머의 생산자였거나 루머의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최근에는 '가짜뉴스(Fake News)'라는 신조어가 더 많이 사용되는 듯하다. 허위 보도를 의미하는 가짜뉴스는 좁은 의미에서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실이 아닌 내용을 퍼뜨리기 위해 뉴스가 아닌데도 뉴스의 형식을 취하여 퍼뜨리는 정보 또는 그 매개체 등을 의미하나, 넓은 의미에서는 오보나 날조, 거짓 정보, 루머·유언비어, 패러디·풍자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 용어로서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 주장하는 뉴스 전부를 뜻하기도 한다.

 

'가짜뉴스'라는 표현은 1920년대 '독일 국가사회주의 독일 노동자 당(나치당)'이 자신들과 이념적으로 맞지 않는 언론을 지칭하기 위해 즐겨 사용한 신조어인 "Lügenpresse"를 원조로 보고 있다.

 

21세기 들어 소셜 미디어를 통해 검증되지 않은 부정확한 "뉴스"나 악의적으로 왜곡된 정보를 뉴스로 가장하여 퍼뜨리는 행위가 만연하면서 '가짜 뉴스'라는 표현의 사용이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의 일부 보도를 가짜 뉴스(Fake News)라고 주장하면서 가짜 뉴스라는 표현이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용어로 널리 퍼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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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미디어인 루머(소문)는 늘 인류와 함께했다. 루머라고 불리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전쟁을 일으키고 역사에 희·비 쌍곡선을 만들었다. 걷잡을 수 없는 전파속도와 파괴력으로 폭동과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고 큰 기업을 파산에 이르게도 했다. 정치 루머, 연예인 루머는 지금도 우리가 일상에서 늘 접하고 있는 것들이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였던 마리 앙트와네트의 철없는 발언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이 말은 사실 프랑스 혁명군이 퍼트린 루머였다. 사치와 허영의 대명사로 낙인이 찍힌 그녀는 결국 이 루머로 인해 단두대에서 처형을 당했다.

 

1923년 관동 대지진 이후 일본에서는 '조선인들이 이때를 틈타 우물에 독을 풀고 약탈을 일삼는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처음엔 '혼란을 틈타 조선인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조선인이 사건을 일으키기 위해 작당모의를 한다더라', '조선인이 예전부터 조직을 만들어 내란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더라' 등의 소문으로 변모했다. [정보의 붕괴]가 일어난 것이다. 여기에 '조선인이 방화를 저질렀다',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 '우물에 독을 탔다더라'등의 새로운 [정보의 추가] 현상이 일어났다. 루머가 확산 되면서 [정보의 붕괴]와 [정보의 추가]라는 두 가지 양상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게 됐고, 결과는 조선인 대학살이라는 끔찍한 사건으로 이어졌다.

 

오마바 전 대통령은 2008년 선거 운동 당시 그가 이슬람교도이며 미국에서 태어나지도 않았다는 내용부터 선거도 끝나기 전에 취임사를 미리 써놓을 만큼 오만하다는 등의 각종 루머에 시달려야 했다. 오바마 캠프는 "중상모략과 싸워라(Fight the Smears)"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어 루머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강력하게 대응했다. 같은 해 스티브 잡스가 심장마비를 일으켰다는 루머가 퍼지자 애플의 주가는 순식간에 2%나 떨어졌다. 사실이 아님이 밝혀지면서 주가는 다시 회복되기는 했지만, 가짜 뉴스가 세계적인 기업의 주가를 움직였다.

 

전 세계적으로 신종 플루가 유행했던 2009년에는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이 제약회사와 짜고 신종 플루를 확산시켰다는 루머가 돌았다. 사무총장직의 연임을 위해 선거 자금을 모으려고 제약회사와 결탁했다는 시나리오가 덧붙여진 루머였다. 신종 플루가 어떻게 유행하게 되었는지 이해하기를 원하는 대중의 심리가 만들어낸 루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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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왔는지 근거를 알 수 없는 '루머'를 바람처럼 떠돈다는 의미로 '풍문'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루머는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산물'임에 틀림없다. 인간은 왜 '루머'를 만들어 내는 것일까?

 

인간의 욕망에 대해 최초로 학문적인 연구를 시도한 심리학자 에이브러험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설'에 따르면 인간은 심리적으로 알고 싶고, 말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가 충족된 인간은 사회적 ∙ 애애정적 수용욕구, 존경취득 욕구, 인지적 욕구 단계를 넘어 최상위 자아실현 욕구까지 단계적으로 동기부여를 받는다.

 

또한, '사회적 동물'로서 집단에 속해 다른 이들과 교류하고자 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는 인간은 이야기나 지식의 공유도 사회적 활동의 일부로 여긴다. 이를 통해 유대감과 정서적 교감을 얻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은 소문을 만들고 퍼트리기에 아주 좋은 욕구를 기본적으로 장착하고 있는 것이다.

 

루머는 인간의 불안을 엿보는 창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통제하려는 욕구를 가지며, 이를 위해 상황을 이해하려고 애쓴다. 대부분은 과거의 경험이 상황을 해석하는데 이용되지만, 자신이 전혀 경험해 보지못한 새로운 상황이거나 경험만으로 충분히 해석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새로운 정보가 필요하게 된다. 이 때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제공되는 정보가 충분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면 사람들은 루머를 만들어서라도 상황을 해석하기 위해 노력한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만나면 인간은 불안과 공포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러한 불안과 공포가 루머로 구체화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루머 연구의 선구자 자무나 프라사드(Jamuna Prasad)는 루머의 생성 및 확산 조건으로 다음의 다섯 가지를 들었다.

 

 

  1.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동요할 만한 사건이어야 한다.
  2. 흔치 않게 일어나는 사건으로 사람들에게 생소해야 한다.
  3. 상황과 관련된 정보가 불충분 해야한다. 
  4. 정보의 사실 여부를 파악할 수 없는 요소들이 존재해야 한다.
  5. 집단의 이익과 관련해 흥미를 끌 수 있어야한다. 

 

 

예측 불가능한 사건·사고가 반복되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상황을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행동하기 위해 작은 정보

라도 수집하고 귀 기울인다. 거짓이냐 진실이냐는 그 다음 문제다. 

 

조금만 의심해보고 '이것이 사실일까?', '진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일인가?', '내 주변에 실제로 그런 경우가 있었는가?'라는 의구심을 품어본다면 루머의 진위를 금방 알아낼 수 있으며, 루머를 믿거나 퍼뜨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인간의 불안이 이성을 마비시킨다. 전쟁, 세기말, 혁명기, 구조조정 등 불안한 상황일수록 황당하고 근거 없는 루머가 횡행하게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신종 인플루엔자나 코로나 바이러스를 예방하기 위해 '이것이 좋다더라.', '저것이 좋다더라'와 같은 루머 역시 상황을 통제하고 부정적인 결과를 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정보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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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는 [정보의 붕괴]와 [정보의 추가] 과정을 거치면서 전문성 있는 근거와 결합하기도 한다. '어느 대학교수가 그랬다는데~', '어떤 기자가 귀띔해 줬다던데~' 등의 형태다. 이때 대부분의 루머는 신뢰를 얻게 된다. 루머를 듣고 사실 확인을 위해 대학교수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 보거나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앞서 말했듯 루머란 사실 여부와는 상관없기 때문이다. 

 

또한, 가까운 사람을 통해 들은 소문일수록 더 높은 신뢰를 얻기도 한다. "이건 너한테만 말해주는 건데…"로 시작되는 비밀스러운 소문은 상대방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혀 준다. 비밀의 공유를 통해 더 가까운 사이가 되는 것이다.  <소문의 시대>의 저자인 일본의 사회학자 마츠다 미사는 "비밀을 전해 들은 사람은 다음 번에 그에 상응하는 비밀로 보답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질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그 과정에서 루머는 '신뢰할 만한' 소문이 된다.

 

루머 확산의 시간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루머를 퍼뜨리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관심도나 주목도가 매우 짧다. 루머의 확산은 대부분 체계적인 미디어 경로를 통하지 않는 곳에서 출발하게 되는데, 루머를 퍼뜨리는 사람들이 매우 성급하게 이야기를 퍼뜨리기 때문이다. 

 

구조적인 측면에서 루머는 사람들 사이의 네트워크가 탄탄할수록 루머가 덜 확산되는 나타났다. 즉, 사람들 사이의 연결끈이 느슨할 수록 루머가 더 퍼지기 쉽다는 것이다. 또 다른 흥미로운 사실은 루머의 확산은 루머를 퍼뜨리는 사람과 일단 의심하고 보는 회의론자(Skeptic)와의 줄다리기의 결과라는 것이다. 루머를 의심하는 사람은 루머가 더 널리 퍼지는 것을 저지하는 효과를 일으킨다. 

 

언어적인 측면으로는 감정에 호소할 수록 더 빨리 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긴장, 두려움, 모호성, 역겨움, 분노 등 자극적인 감정에 호소할수록 루머는 더 빨리 퍼진다.

 

루머의 확산 과정에는 사회적 [폭포효과]와 [집단극단화] 현상이 동반된다. 사회적 폭포현상은 정보의 폭포현상과 동조화 폭포현상으로 구성되는데, 정보의 폭포현상은 앞선 사람이 하는 말이나 행동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따라서 하는 것을 말하고, 동조화 폭포현상은 자기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떤 루머를 믿으면 자기도 그 루머를 믿는 경향을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즉 우리가 판단을 내릴 때 타인의 생각과 행동에 의존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이미지로 보이고 싶은 욕망인 평판 욕구도 작용하여 루머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회피하도록 만든다.

 

집단극단화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정보를 교류하다 보면 보다 극단적인 견해를 갖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정보교환을 통해 구성원은 집단 동질성이 강화되며 다양성은 저하되고, 혼자였을 때에는 감히 하지 않을 일들도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 된다. 테러리즘이나 극단주의에도 이 집단극단화가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여기서 집단극단화란 극단주의와는 다르다. 분리된 집단들 예컨대, 진보나 보수, 중도처럼 집단이 그룹핑 되는 것을 의미하며 극단주의는 양쪽의 극단이나 급진주의를 의미한다. 

 

또한 루머에 대해 사람들은 인지부조화를 피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즉 자신이 믿고 있고 알고 있던 것과 배치되는 사실을 최소화 하려는 것이다. 폭포 현상과 집단극단화가 동반된 거짓루머가 유포되는 경우 이를 바로잡기란 매우 힘들다. 사람들은 인지부조화를 피하려고 오히려 거짓 루머를 정당화하기까지 한다.

 

(2)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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