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로 공간을 만들다

완결된 칼럼

박스로 공간을 만들다

관리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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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작업을 하면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카드보드의 큰 박스들로 자신의 공간 즉 집, 자동차 같은 탈것이나 로봇, 가전제품, 가구 등의 소유물을 만드는 것이다.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보면 비 오는 날 장독 사이에 우산을 걸쳐 그 안에 들어가 앉아 있었을 때의 아늑함이 기억나곤 한다. 왜 아늑했을까? 왜 좁은 공간을 찾아 쭈그리고 있는 것이 좋았을까? 심리학자들은 자궁회귀본능’, ‘퇴행이라고 일컫는다. 주로 심리적으로 불안하거나, 힘들 때, 자신이 없을 때 어린애이건 어른이건 수축된 좁은 공간을 선호한다고 한다. 그런 공간을 자주, 늘 찾는다면 문제이겠지만 때때로 그 공간 속에서의 시간 흐름으로 인해 치유를 경험하곤 한다. 특히 어릴수록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옷장 안에 들어가 살짝 공포스럽지만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을 수 있는 쾌감을 느낄 것이며, 텐트 안에 들어가 왕이나 엄마, 아빠처럼 장난감들에게 지시하며 자신 맘대로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세계를 가짐으로써 성장 욕구를 표출하거나 자신감을 가져 볼 수가 있다.

 

 

아이는 스스로 그런 공간을 창출한다. 블록으로 경계선을 만들어 오픈 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거나 식탁의자 4개를 기둥 삼아 이불을 얹어 훌륭한 집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특히 아이가 설계하고 만든 공간은 더욱 자신에게 자긍심을 준다. 큰 박스 몇 개와 재활용 페트병, 깡통, 물감, 큰 붓, 글루건 등을 준비 한 후 무엇을 만들까 하면 대다수의 아이들은 집과 차를 원하며 좋아서 폴짝폴짝 뛴다. 아이의 기준으로는 대형 프로젝트여서 설레기도 하지만 자신의 공간이 생김을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것 같다. 두꺼운 박스를 자르거나 붙이는 힘든 작업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어른이 말끔하게 만들어 주기도 하는데 이것은 아이를 매개로 한 어른의 숨겨진 공예욕심이라 본다

 

무엇을 만들지 정했다면 종이에 일단 그려 보게 한다. 집 만들기를 예로 들면 박스가 위 아래를 제외하고 네 개의 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문과 창문은 어떤 모양으로 어느 면에 배치할지 네 개의 면으로 나누어 그려 보아야 한다. 나의 클래스에서는 집 모양의 팝업북에다 네 개의 면을 만들어 그려본다. 미래의 집, 현재의 집, 원하는 집, 별장 등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지붕, 울타리나 꽃, 나무 등을 첨가할 수 있다. 이야기가 풍성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간단한 모양의 집 이미지들을 찾아보면서 모양, 재료 등을 이야기 나누어도 좋다.

 

1학년 이상이라면 간단한 설계도-앞에서 본 면, 양 옆에서 본 면, 뒤에서 본 면, 위에서 본 면-그리기를 시도하거나 설계글- 그림으로 표현하기 힘들 경우 위치와 모양을 글로 표현함-을 써보게 한다. 본격적 만들기 작업으로 들어가면 설계자(아이) 지시에 따라 질문을 잘 해가며 시공자(어른)가 기본틀을 자르고 붙여준다. 그 다음 색을 칠하거나 무늬를 넣는 작업은 미숙하거나 예쁘게 만들어지지 않더라도 아이들 스스로 하게 끔 격려해 준다. 이렇게 만들어진 조형물과 함께 여러 가지 놀이와 연결하여 다른 주제로 이어지는 탐구심을 자극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시간이 지나 어른 눈에 지저분하게 느껴져서 버리고 싶을 땐 꼭 아이들에게 허락 받거나 타협한 후 처분해 주시길 당부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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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희: abgo.edu@gmail.com  

 

VOl.80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1-25 07:06:59 김경희의 교육칼럼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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